트럼프 2기 행정부, 한미동맹에 드리운 그림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72년 역사의 한미동맹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국력 낭비 최소화와 거래 중심적 동맹관계 강화를 통해 국익을 강조하는 정책에 한미동맹은 역할 재정립을 요구받는다. 주한미군 재배치,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대두했다. 지구촌의 화약고로 불리는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 차출, 한국군 파병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한국은 동맹의 연루와 방기라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자국 경제 상황을 이유로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에도 대응해야 한다. 난제가 아닌 것이 없다.
최완규 교수, 한미동맹의 현재와 미래를 짚다
최완규(59) 예비역 육군 준장은 대표적 미국 전문가다. 육군사관학교(육사) 44기 졸업·임관 후 일선 지휘관, 참모로 복무했다. 한미연합사령부 전쟁기획과장, 국방부 국방협력TF장, 미국정책과장, 육군 제8군단 참모장, 해군작전사령부 합동작전조정관, 육군3사관학교 교수부장을 역임했다. 이라크평화·재건사단(자이툰부대) 작전계획장교(소령), 아프간재건지원단(오쉬노부대) 부대장(대령)으로 두 차례 해외 파병 근무를 했으며, 미국과 연합작전 성공 공로로 미국 동성훈장(Bronze Star Medal)을 수훈했다. 육사에서는 전쟁사를 전공했고 고려대와 경기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편 후 한미우호협회 사무총장을 지냈고,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외래교수로 전쟁사·군사전략·작전술·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고 있다. 9월 8일 서울 노원구 육사 인근에서 최완규 교수를 만나 한미동맹의 과거-현재-미래,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의 변화, 그리고 한미동맹의 새로운 국면
군복무 중 미국에서 두 차례 연수했다. 느낀 점은 무엇인가.“걸프전쟁 직후인 1993년 조지아주 포트 베닝 미국 육군보병학교, 2001년 9·11 테러 발발 시 캔자스주 미국 육군지휘참모대에서 연수했다. 약 8년 만에 미국은 완전 다른 국가로 변하고 있음을 체감했다. 탈냉전 후 유일 초강대국이자 걸프전쟁 승리 후 자신감 넘치던 국가가 고립주의로 회귀하고 있었다. 미국의 심장 뉴욕이 공격받은 후 재차 본토 공격 가능성에 사회 전반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트럼프의 '거래적 동맹'과 동맹 재정립의 필요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정책기조로 거래적(transactional) 관점에서 동맹국들이 책임을 더 많이 분담할 것을 요구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는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하며 방위비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제시했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국도 마찬가지다. 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 인상, 자체 방위비 상향을 요구한다. 와중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딜레마에 빠진 한국
미국이 자주 언급하는 건 이른바 ‘동맹 현대화’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숨기지 않는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이 북한에 더 강력한 대비 태세를 갖추라’고 요구했다. ‘동맹을 현대화해 전략적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고도 했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막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주한미군은 ‘붙박이 군대’에서 탈피해 인도·태평양 역내(域內)에서 자유롭게 운용하겠다는 취지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략적 유연성을 두고서 ‘한곳에 고정돼 있는 것은 군사적으로 실용성이 떨어진다. 우리가 하나의 임무 외에 다른 임무도 소화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기정사실이라는 의미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한국의 대응 전략
전략적 유연성 자체를 미국의 일방 요구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한국 주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합지휘구조 개편,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을 조건부 수용하되 전제는 한미 양국 간 명확한 이해관계 조율이 전제돼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통해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연합지휘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미래를 향한 한미동맹, 굳건한 연대를 위한 과제
한국은 한미동맹에서 ‘연루(連累)와 방기(放棄)의 딜레마(abandonment-entrapment alliance dilemma)’에 자주 직면한다. 현실에서 미국이 요청하는 반중 전선에 동참하면 중국과 갈등 혹은 대만해협 유사시 연루의 위협이 발생한다. 반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한미동맹 약화라는 방기의 우려가 상존한다. 이는 동맹관계에서 상대적 약소국이 직면하는 구조적 불안정성에 기반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종합 국력이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한국도 더는 약소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을 대할 때 헌신에 감사하는 자세를 취할 필요는 있지만 한국이 기여하고 있고, 앞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위기 속에서 더 강해져 왔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한미동맹,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Q.한미상호방위조약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A.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특정 ‘적(敵)’을 명시하지 않는다. 양국 협의하에 다중 위협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Q.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무엇인가요?
A.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에 고정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Q.한국은 한미동맹에서 어떤 딜레마에 직면해 있나요?
A.한국은 한미동맹에서 ‘연루(連累)와 방기(放棄)의 딜레마(abandonment-entrapment alliance dilemma)’에 직면해 있습니다. 즉, 미국과의 협력 과정에서 중국과의 갈등에 연루될 위험과, 반대로 협력하지 않을 경우 동맹이 약화될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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