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산불, 보이지 않는 상처… 광범위한 신체·정신 건강 피해 첫 확인
산불, 단순 화재 넘어 '공중보건 위기'로 규정
대한의학한림원이 국립보건연구원 용역으로 진행한 '산불피해 이재민의 장·단기 건강 영향조사 모델 개발 및 시범연구'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남 지역 대규모 산불이 주민들에게 광범위한 신체·정신적 건강 문제를 야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산불을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지역 주민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로 규정했습니다. 이는 대형 산불이 이재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첫 공식 연구 결과입니다.

데이터 기반 건강 영향 평가 체계 절실
연구팀은 현재 산불 피해 현황이 주로 피해 면적, 사상자 수, 재산 피해 중심으로 관리될 뿐, 건강 영향 평가는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응급실 방문 자료 등 활용 가능한 자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연기 확산 경로 추적과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한 의료 이용 변화 분석 등 빅데이터 기반의 건강 영향 평가안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주민 71.5% 정신 증상, 절반 이상 호흡기 문제 경험
지난달 실시된 400명 대상 대면 설문조사 결과, 산불 이후 주민들에게서 다양한 신체·정신 증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71.5%가 우울증 등 정신 증상을 겪었으며, 55.2%는 호흡기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또한, 호흡기 질환 진단·치료 경험은 6.2%에서 35.0%로, 정신질환 경험은 3.8%에서 47.0%로 급증했습니다. 이는 산불이 주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줍니다.

의료 이용 증가, 건강 상태 '나쁨' 응답 급증
산불 발생 이후 의료기관 이용 빈도 역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한 달에 2~3회 이상' 의료기관을 이용한 응답자는 6.8%에서 14.8%로 늘어난 반면, 의료 이용이 낮은 군은 감소했습니다. 본인의 건강 상태를 '나쁨'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0.2%에서 55.0%로 크게 증가했으며, '매우 나쁨' 응답 역시 0.8%에서 8.8%로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건강 악화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PTSD 고위험군 34.3%, '죽는 게 낫겠다' 생각한 응답도 20%
특히 정신 건강 분야에서 심각한 위기 신호가 포착되었습니다. 응답자의 34.3%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으며, 24%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감을 호소했습니다. 최근 한 달간 산불 관련 악몽이나 경험이 떠오른 비율은 56.3%에 달했으며, 최근 2주간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또는 '자해할 생각을 했다'는 응답도 20%로 나타났습니다. 수면 장애와 희망 없음 등 우울감 역시 급증했습니다.
산불의 그림자, 끝나지 않은 건강 비상
영남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이 광범위한 신체·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단순 화재를 넘어선 공중보건 위기임을 시사합니다. 체계적인 건강 영향 평가와 국가 차원의 장기적 추적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산불 피해, 무엇이 궁금하신가요?
Q.산불이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A.산불 발생 이후 주민들은 우울증 등 정신 증상, 호흡기 문제, 안구 증상, 전신 증상, 피부 증상 등 다양한 신체·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실제 호흡기 질환 및 정신 질환 진단·치료 경험이 급증했습니다.
Q.연구에서 산불을 어떻게 규정했나요?
A.연구팀은 산불을 단순한 자연 현상이나 화재 사고가 아닌, 지역 주민의 삶과 건강을 흔드는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로 규정했습니다.
Q.정신 건강 문제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요?
A.응답자의 34.3%가 PTSD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고, 24%는 중증도 이상 우울감을 호소했습니다. 또한, 산불 관련 악몽 경험, 자해 충동, 수면 장애, 희망 없음 등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